미국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가 “한국이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이라는 호재에도 극심한 변동성과 정부의 서투른 정책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겼다는 지적이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한국 역시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가 지난 6월 전고점 대비 단 27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폭락한 것은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사태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렌은 코스피 시가총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 붐의 수혜자이고, 코스피가 10년 만에 최저인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5.5배에 거래돼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강세론자들 주장을 먼저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단순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렌이 꼽은 가장 큰 문제는 변동성이다. 올해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등락한 날은 33일에 달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일, 홍콩 항셍지수는 한 번도 없었다. 이런 극심한 변동성이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는 정부가 5월 말 도입을 승인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됐다.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6월 SK하이닉스 주가가 5% 움직일 때 ETF 리밸런싱 물량이 이 종목 일평균 거래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교란했다. 정부가 뒤늦게 기본예탁금을 올리고 개인 접근을 제한했지만, 렌은 “상품 자체를 중단시키지 않는 한 부작용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해는 개인 투자자에게 집중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믿고 뛰어든 개인들이 외국인 이탈 속에 큰 손실을 떠안았다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6월 고점 대비 84% 폭락했고, 36만 개 증권 계좌가 강제 청산됐다. 이 중 62%는 35세 이하 젊은 층에 집중됐다.
국민연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렌은 국민연금이 코스피 보유 물량 매도를 피하려 국내 주식 투자 목표치를 임의로 끌어올리면서, 시장 과열을 식혀야 할 연기금 본연의 역할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렌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정책 실패와 투자자 경시를 이유로 중국을 투자 부적합 국가로 평가해왔는데, 불행히도 한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라며 “한국 정부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처음 투자에 나선 젊은 투자자들이 제대로 보호받는지 자성할 때”라고 경고했다.
한편 외국계 운용사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픽테트자산운용, 로베코,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트 등은 7월 코스피가 사상 최대인 33% 넘게 폭락해 밸류에이션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는데도 지나친 변동성 탓에 재진입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