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들이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도 5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실적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AI) 투자 효과를 누린 빅테크와 에너지 기업이 호실적을 이끈 데 이어 금융·방산 등 다른 업종으로도 실적 개선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의 61%가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미 발표된 실적과 나머지 기업의 시장 전망치를 반영한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21년 2분기(91.6%)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실적 발표 기업 가운데 86%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EPS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실적 발표 종료 때까지 유지될 경우 최근 5년 평균(78%)과 10년 평균(76%)을 크게 상회하게 된다.

이번 실적 호조는 고유가와 금리 상승 등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2분기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고, 글로벌 채권시장 약세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도 악화됐다. 소비심리 역시 크게 위축됐지만 기업들의 이익은 예상 밖의 강세를 나타냈다.

실적 개선은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입은 빅테크와 국제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를 본 에너지 업종이 주도했다. 여기에 미국 내 소비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금융과 방위산업 등 다른 업종에서도 양호한 실적이 이어졌다.

팩트셋은 비상장 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 대비 2~3배 높은 조정순이익을 발표한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외하더라도,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조정순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평균 9.2%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의 전망치까지 포함하면 전체 조정순이익은 기존 컨센서스를 28.8% 상회할 것으로 추산됐다.

리처드 살다냐 아비바 인베스터스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가장 중요한 변화는 테크와 에너지 업종에 국한됐던 실적 개선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실적 개선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은 향후 증시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FT는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고유가 부담으로 중산층 이하 가계의 실질소득은 감소하는 반면 기업과 증시 투자자들은 큰 수혜를 누리면서 부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